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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여행(北海道旅行) 4일차 - 홋카이도 신궁, 삿포로 오이소(大磯) 카이센동(海鮮丼), 홋카이도 대학, 카니쇼군 털게, 오도리 공원 일루미네이션 본문

일본생활/일상

홋카이도 여행(北海道旅行) 4일차 - 홋카이도 신궁, 삿포로 오이소(大磯) 카이센동(海鮮丼), 홋카이도 대학, 카니쇼군 털게, 오도리 공원 일루미네이션

화원 2020. 1. 2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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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벼르고 벼르던 오이소 카이센동을 먹는 날이다. 사실 이날의 여행 일정이라곤 홋카이도 신궁과 저녁에 일루미네이션을 보러가는게 전부였기 때문에 중간엔 뭘 할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일본 대학교는 어떻게 생겼는지 문득 궁금해져서 중간 일정에 끼워 넣었다.

먼저 우리는 사람 많은걸 정말 싫어하기 때문에 홋카이도 신궁을 아침 일찍 가기로 했다. 전에 경주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아침 일찍 가서 고즈넉하면서 조용하고 공기도 맑은 그런 느낌이 좋았기에 절이나 신궁이나 신사나 요런 곳을 갈 때는 일찍 가는게 좋은 것 같다. 안그러면 단체 관광객들로 북적여 여기저기서 여러나라 말이 크게 들리고 사진을 찍으려 해도 건물반 사람반이라 너무 정신이 없다.

지하철로 가려고 하다가 날씨가 너무 춥고 눈도 내리고 해서 택시를 잡아 탔다. 여자분이었는데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한국에 갔다왔는데 어쩌고 저쩌고 신이나서 말씀하시는데 엄.. 우리는 조용히 가고 싶었건만 리액션을 하다가 곧 도착했다. 거리가 멀지 않아서 오래 걸리진 않았다. 도착했는데 정말 눈이 하나도 없었다. 전년도에 갔을 때는 눈이 많이 쌓여서 눈의 왕국 같은 일본 애니매이션에 나오는 깨끗한 느낌이었는데 그냥 신사여서 한바퀴 둘러보고 그냥 나와버렸다. 지하철 역으로 오는 길에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사먹고 걸음을 재촉했다.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오이소에 가는 것이다. 해산물을 일본어로 카이센이라고 하는데 여러가지 해산물을 밥 위에 올려 먹는 덮밥이다. 구글 리뷰를 보면 사람들이 가격이 비싸다고 써놨는데 먹으면 그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입에서 녹아 금방 사라지고 만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11시 45분 정도였는데 이미 번호표를 나눠주고 있었다. 얼마나 기다리냐고 묻자 40분을 기다려야 한단다. 근데 분점이 좀만 걸어가면 있으니 그곳으로 가면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우리는 바로 분점으로 향했다. 2-3분 정도 걸으면 큰길 쪽에 오이소라고 씌여있는 음식점이 나온다. 오예! 바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메뉴를 살폈다. 일단 카이센동은 우니, 연어, 연어알이 들어간 것으로 두개 하고, 또 맛있는게 뭐가 있을까나 살펴보았다. 우리가 좋아하는 뱃살! 아주 기름진 참치 뱃살이 나 먹어주세요 하는 색깔과 모양새로 메뉴판에 떡하니 있는데 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카이센동 라지사이즈 2개, 오도로 사시미 1개를 주문했다. (요렇게 해서 9,800엔) 스몰 사이즈는 여러가지를 시켜서 카이센동도 맛보고 싶은 사람만 시키길 바란다. 밥으로 먹기엔 양이 너무 적다.

먼저 오도로가 나왔다. 빛깔 보소. 어디 먹어볼까나. 흐엉. 정말 먹는 순간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한국에서도 오도로 초밥도 사시미도 많이 먹어봤지만 두툼한 식감, 적당히 기름진 맛, 그리고 생와사비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낸다. 먹고 눈이 똥그래져서 남편과 서로 맛있다고 하면서 한 점 더, 한 점 더 하다보니 카이센동이 나왔다.

하아. 또 먹고 싶다. 우니의 경우에는 신선하지 않으면 정말 맛이 없는데 이 곳의 우니와 연어는 정말 신선해서 생선을 잘 못 먹는 우리 신랑도 이 곳은 정말 좋아한다. 카이센동은 간장을 빈 그읏에 붓고 와사비를 풀어 사시미 위에 뿌려 먹거나 찍어 먹으면 된다. 요것도 두툼해서 식감도 좋고 정말 신선해서 비린 맛이 하나도 없었다. 우리는 그리곤 말이 없었다. 그릇을 다 비우고서야 던진 한 마디. "배불렁"

웬만해서는 구글맵에 평점이나 리뷰를 남기지 않는데 여기는 꼭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돈 안아까우니 무조건 드세요"라고 짧고 강렬하게 별 다섯개를 남겼다.

배가 부르니 홋카이도 대학까지는 걸어서 가기로 했다. 배가 불러서 춥지도 않았고 저녁엔 카니코스요리를 먹어야 하니 빨리 배를 꺼뜨려야 했다. 중간중간 들어가고 싶은 가게 들려서 구경하고 하다보니 어느새 홋카이도 대학에 도착했다. 그러다가 문득 아쉬운 마음이 든다. 어릴 때로 돌아가서 뭔가 해외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아니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하고 싶다. 대학교를 방문하니 추억도 생각나고 이런 저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국과는 달리 정말 넓은 캠퍼스를 보니 부럽기도 했다.

학생식당도 들어가서 어떤 음식을 파는지도 구경했다. 금액도 싸고 한 번 먹어보고 싶었지만 배부르므로 패스. 대신에 옆에 있는 카페에서 밖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커피와 케이크 세트에 810엔씩이다. 교수들이 뭔가 손님을 만날 때 이 곳에서 만날 법한 분위기의 카페였다. 밥 종류도 팔고 있었는데 밥을 먹는 사람도 많았고 차를 마시는 사람도 많았다. 배도 부르고 카페 안도 조용해서 잠깐 쉬기 좋은 곳이었다. 카페의 이름은 까먹었지만 학식 옆 건물에 자리한 카페로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렇게 캠퍼스를 한참 걷고 구경하다가 다시 삿포로 시내로 돌아갔다. 홋카이도 대학이 삿포로 역을 좀 지나서 걸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있기 때문에 위치가 좋은 편이다. 혹시 시간이 있다면 한 번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저녁 메뉴는 이미 정해졌다. 우리가 항상 가던 카니쇼군에서 게요리를 먹는 것! 매번 코스요리를 먹은터라 이번에는 좀 간단한걸 먹기로 하고 카니쇼군 게요리 집으로 향했다. 삿포로에 유명한 게요리 전문점은 카니혼케, 카니쇼군, 효우세츠노몬(빙설의문) 이렇게 세군데가 유명한 것 같은데, 사진을 보니 카니쇼균이 제일 일본스러운 분위기를 하고 있어서 이번에도 카니쇼군을 가기로 했다.

항상 대게 코스를 주문해서 먹었었는데, 좀 징그럽긴 하지만 홋카이도의 털게를 한 번 맛보고 싶었다. 하지만 털게를 따로 먹자니 싯가로 팔고 있었고 물어보니 그 날 제일 작은게 16,000엔이라고 했다. 게는 커야 맛있는데 흐음. 고민하다가 결국 털게찜이 같이 나오는 샤브샤브 코스와 맥주 한 병을 주문했다. 가격은 이렇게 해서 23,606엔, 거의 25만원이 나왔다. 비싸긴 하지만 너무너무 맛있었다. 하지만 털게는 한 번 먹어본 것으로 끝내는걸로. 한국에서 먹은 킹크랩이나 대게가 훨씬 맛있었다. 여기는 따뜻하게 주지 않고 차갑게 해서 주기도 했고 사이즈가 작아서 그랬던 것 같다.

우리가 주문한 코스, 털게 반쪽과 샤브샤브 코스이다.

가게 내부 분위기. 18년 겨울엔 좌식이었는데 모두 테이블식으로 바뀌었다.

처음 세팅해준 음식들. 사시미도 조금 나오고 계란 요리들로 속을 부드럽게 달랜 후 본격적으로 게를 먹기 시작한다.

모두 손질해주기 때문에 요렇게 잘 떨어져서 먹기도 쉽다.

먹어보고 싶었던 털게! 맛있긴 했으나 따뜻해게 해줬으면 더 좋았을걸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샤브샤브 국물에 야채를 먼저 넣어 살짝 익혀 건져먹는다. 국물이 정말 따뜻하고 꿀맛이었다. 손질해준 게살도 풍덩 넣어 익혀서 건져먹는다. 아주 통통해서 먹을 것도 많고 국물과 잘 어우러져서 너무 맛있었다.

면까지 다 먹은 후엔 요렇게 죽을 만들어준다. 이 샤브샤브 코스 순서는 한국과도 똑같은 것 같으나 정말 양이 많아서 죽은 다 못 먹었다.

죽을 먹고 난 후엔 손에서 게의 비린 냄새를 제거해주기 위해 따뜻한 물수건과 레몬을 준다. 그리고 나온 과일 후식(이 날은 메론)을 먹고 아주 만족하며 밖으로 나오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조금 걸어 오도리 공원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고 크리스마스 날이어서 그런지 연인들도 많고 관련된 제품을 파는 가게도 많았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상품들이 많았지만 딱히 사진 않았다.

오도리 공원이 상당히 큰데 거의 끝에서 끝까지 일루미네이션으로 꽉 차있어서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았다. 특히 하트 모양의 일루미네이션이 있었는데 그곳만 연인들이 줄을 지어 서서 하트 안에 얼굴을 디밀고 사진 찍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우리는 패스! 한참을 구경하고 사진찍고 한 후에 조금 더 놀아볼까나 하며 오락실을 기웃거리며 뽑기도 하고, 즐거웠던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날 오전 일찍 비행기를 타고 나고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일찍 잠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 비행기를 타고 또 이동하고 집에 오기만 했는데 공항서 밥을 먹고 집에 오니 거의 3시. 이동하는데만 시간을 다 썼다. 한국에서 왔다갔다 하는거나 일본에서 왔다갔다 하는거나 비행기는 정말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것 같다. 그래도 즐거운 여행이었으므로! 다음에 간다면 라벤더 밭을 구경하러 여름이나 가을에 가보고 싶다. 눈의 왕국 겨울에가서 온센하는 것도 당연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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